서정주(徐廷柱) 시(詩)에 나타난 불교적 세계관
2010
未堂 서정주 시인은 1936년 동아일보에 시 이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 펴 낸 15권의 시집에서 각기 다른 심오한 시세계를 펼치고 있다. 미당의 제4시집 「新羅抄」(1960)는 한국의 전통 속에서 신라인들의 정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肉化시킨 끝에 다다른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미당은 이승의 생명이 다하여도 사위지 않는 영원한 사랑과 불교적 윤회전생을 통해, 또는 그들과의 靈通을 통해 영원히 사는 영생주의에 도달해 있다. 윤회(輪廻)는 연기설의 원인과 결과에 의한 순환, 유전(流轉), 생사(生死), 흐름, 상속, 지속을 뜻한다. 다시 말하면 원인과 결과로 연기되는 현상들의 연속적 흐름을 윤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地獄道, 餓鬼道, 畜生道, 阿修羅, 人道, 天道 등 여섯 가지 세상에, 각기 현생에서 지은 善業과 惡業에 따라 다시 태어나게 되어 그 몸은 죽으면 헌 옷처럼 벗어버릴 수 있지만 영혼은 죽지 않고 끝없이 다시 태어나 윤회전생한다는 것이다. 시집 「신라초」에 수록된 많은 작품들 속에서 미당이 육화시킨 신라인들의 윤회사상과 영생주의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불교적 세계관은 시집 「신라초」에서 그치지 않고 제 15시집 「80소년 떠돌이의 시」에 이르도록 미당의 시세계를 관류하는 기본 사상이 되고 있다. 물론 시집 「신라초」가 창작되기 이전의 「화사집」이나 「冬天」에서도 이러한 세계관이 곳곳에서 산견되고 있다. 시 ‘善德女王의 말씀’ 에서는 죽어서도 자비의 실천, 즉 入廛垂手(시정 속에서 중생을 교화하다)의 경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불교의 근본 가르침과, 윤회사상에 입각한 인간긍정과 인간존중사상이 잘 드러나 있다. ‘꽃밭의 獨白’에는 꽃을 통해 영생에의 길을 찾아 나서는 시적화자의, 어떤 고난이 와도 修行으로 영생에 들려는 상승의지와 간절한 열망이 표출되어 있다. 또한 ‘娑蘇 두번째의 편지 斷片’ ‘구름다리’ ‘無題’ ‘숙영이의 나비’ ‘두 香나무 사이’ 등에서도, 천년을 수유로 느끼는 미당의 시간의식과 공간의식 속에 나타나는 영원주의와 연기적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因緣說話調’에서는 한 송이의 모란꽃과 예쁜 처녀가, 흙과 물과 구름을 거쳐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윤회전생과 더불어, 불교의 기본 세계관인 自他一如사상까지 낳게 되어 우주 만유와 同一視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미당은 인간의 원죄의식의 업고와 고통을 신라정신과 불교정신에 귀의하여 극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神話를 창조하고 있다. 미당은 우주와 역사와 영원의 세계에 대해 거대한 스케일로 사색하고 포용한 시인이며, 고전의 현대적 변용을 통해 역사적 전통을 오늘에 재현시켜 윤회설에 입각한 영생주의의 열린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 시인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 속에서 他者를 보고 他者 속에서 자신을 보는 우주만유와의 교감을 통한 自他一如사상을 획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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