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쌍탑(雙塔)과 복제품

2018 
본 연구의 목적은 통일전쟁기 신라 불교도들의 시각적 상상에 있어, ‘쌍탑(雙塔)’이라는 매체가 차지한 역할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다. 본 논문의 연구 대상은 7세기에 창건된 경주의 사천왕사와 망덕사의 유적 및 관련 문헌기록과 동시대 유물들이다. 현재 초석만 남아있는 경주 사천왕사의 탑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다층쌍탑으로 이전의 일탑식(一塔式) 가람에서 급격히 달라진 배치를 보이는 예이다. 사천왕사에서는 실제 사원의 건립 전에 이미 채색비단으로 임시건물을 만들어 중국 당나라의 침략에 맞서는 호국의례를 행한 특이한 기록이 전한다. 한편 당 황실이 사신을 보내어 사천왕사를 조사하고자 했을 때 신라왕실은 서둘러 다른 사원, 망덕사를 건립함으로써, 이른바 오리지널을 숨기고자 복제품을 제작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망덕사의 쌍탑은 이후 신라와 당의 정치적 흥망을 예견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추어 “움직이고 부딪히고 싸우며” 메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하게 된다. 본 논문은 문헌기록에 전하는 설화들과 정치적 상황들을 바탕으로 현재 발굴된 절터와 유물, 주변 유적들의 비교연구를 수행한다. 역사기록에서 다른 예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삼자관계, 즉 비단 모형, 실제 건축물, 그리고 복제품 사이의 관계를 통해, 7세기 신라에서 쌍탑이 가졌던 상징적 기능을 재고하는 것이다. 쌍탑과 사천왕/오방신, 그리고 용(龍)의 상호작용은 7세기 신라 호국관련 서사와 시각문화의 핵심 구성요소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쌍탑은 통일전쟁 전후 결정적인 시기에 신라 내 권력의 정통성과 이웃과의 외교적 관계를 조정, 명시하는 중요한 건축물로서 기능하였다. 본 연구는 신라 불교와 역사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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