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시집 미수록시의 시정신
2012
신석정(1907~1974)은 50여 년 동안 시집 6권을 남겼다. 그동안 신석정 시문학 연구는 초기시집 『촛불』(1939)에 치중한 ‘목가적’ 이란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이는 페르소나가 필요했던 시인의 현실의식을 가리는 역할을 해왔다. 신석정의 시집 미수록시를 연구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법칙과 규제’ 뒤에 가려진 그의 현실참여의식을 밝히는 작업이다. 오랫동안 목가적 유토피아란 이름 아래 가려졌던 신석정의 시정신이 초기시는 물론 중·후기에도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현실과 길항관계 때문에 싣지 못했던 미수록시들에서 더 잘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에 미수록된 시는 290여 편으로 수록된 시 330여 편과 비교했을 때 그 분량이나 의미면에서 신석정 시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데 중요하다. 이에 시집 미수록시 중 시대상황과의 길항관계로 삭제 당했거나 시인 스스로 검열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들에 주목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제외되고 침묵당한 시가 시인의 시정신을 더 잘 드러낸다는 판단에서이다. 습작 무렵의 「어머니! 그 염소가 웨……」의 염소는 전원적 염소이자 식민지 현실을 환기시키는 염소다. 이 작품으로 신석정은 목가적음모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소년의 순진성을 발견하고 초기시들에까지 목가를 덧입힌다. 이처럼 내면화된 현실인식은 『촛불』 무렵의 「黃昏이 떠날 臨時」』에서 알레고리로 표면화된다. 타자와 주체의 자리가 바뀌는 분기점은 『슬픈牧歌』에 수록됐다가 재판본에서 삭제된 「房」이다. 「房」에서 보여준 초시대적 저항담론은 『슬픈牧歌』 무렵의 「印度의 노래」에서 제국주의에 대한 내적 저항담론의 동력으로서 작동하고 분노와 혐오의 역설로 드러난다. 『氷河』 무렵의 시집 미수록시는 생존과 이데올로기의 불온한 언술들로 가득하다. 당시는 남·북 대립이 고착화된 시기로 「움직이는 네肖像畵」, 「네 고향하늘은 南녘 하늘은」에는 젊은 인사로프들의 불온한 사회적 갈망이, 「審判」, 「烽火」, 「네 노랫소리를 들으며」에는 청년화자의 직설적 지향이 드러난다. 『山의 序曲』 무렵의 시집 미수록시는 반독재와 분단극복을 위한 참여시들이 쓰였다. 「4월 革命에 부치는 노래」와 「우리들의 형제를 잊지 말아라」, 「斷食의 노래」는 낭만성을 제거한 현장언어로 이데올로기의 실천태로서 시를 쓰고 있다. 『대바람 소리』 무렵의 시집 미수록시는 상징을 통한 외면화된 현실인식이 드러난다. 「啓示를 기다리기 전에」와 「조용한 忿怒」에서는 시대상황과 만성화된 길항관계에서 상징과 암시를 통한 현실인식이 이루어진다. 「새길」, 「山河는 변할지언정」, 「젊은 얼굴들」, 「極樂과 地獄사이」, 「빛을 謀反하는 低氣壓이」에서는 길항관계를 상쇄하기 위해 상실의 극복과 주체를 강화하는 시적화자가 드러난다. 살펴본 시집 미수록시는 적극적으로 시대를 노래한 작품들이 많다. 시집 미수록시 연구 결과 밝힌 신석정 시의 현실의식은 그를 전원· 목가시인으로서가 아닌 치열하게 역사와 민중을 노래한 현실 참여 시인으로 일관되게 평가할 근거가 된다. 초기시 또한 일제강점기라는 시대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목가적 페르소나를 차용했을 뿐 현실도피로서의 목가는 아니었다는 것과 『대바람 소리』를 재평가해야 할 근거를 찾은 것도 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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