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완호(玩好)’의 내적 원리와 ‘취미(趣味)’의 품격 시스템

2020 
동아시아 미학에서 대상에 대한 ‘쾌’ 또는 ‘불쾌’를 판별하는 역할은 ‘맛보기’와 관련된 개념들이 도맡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의 계열이 선진시대 ‘기(氣)’의 관념에서 형성된 ‘기미(氣味)’ ㆍ ‘취미(臭味)’였으며, 이와 더불어 ‘취(趣)’의 개념에서 파생된 ‘취미(趣味)’가 합세하게 되면서 주체의 ‘취미’에 의해 대상의 맛을 판별하는 의미 체계가 갖추어지게 되었다. 조선시대에 취미(趣味) 개념은 기미ㆍ취미와 더불어 미적 범주에서 뚜렷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 중 주목할 점이 완호(玩好)에 대한 내적 원리를 이들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즐기고 좋아하는 완호의 문제는 외부 대상을 통한 주체의 미감 작용에 따라 ‘즐거움’이라는 쾌감과 결부되어 있으며, 이러한 즐거움이 외부 대상에 대한 좋아하고 애호하는 마음의 지향성을 도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외부 대상의 자극에 따라 주체의 ‘취미(趣味, taste)’는 그 대상을 향한 일종의 맛보기를 통해서 ‘맛이 있다’고 판단되는 완호 대상에 대해 취미 있는 일로서 ‘취미 활동(hobby)’을 실현시키는 의미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조선시대에 완호 대상은 사대부 문인들의 자아 정체성과 연결되고 있었는데, 이들은 자신의 취미에 부합되는 완호 대상과의 동일시를 통해 자신이 속한 계급 위치를 표징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완호 대상의 품격은 그 사람의 ‘취미’의 품격과 동일시되면서 ‘취미’는 일종의 문화적 계급성을 표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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