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서울 위성도시의 장소성과 일상성의 문제 - 양귀자 연작소설 『원미동 사람들』을 중심으로

2020 
본 연구의 목적은 양귀자의 『원미동 사람들』 을 중심으로 1980년대 서울 위성 도시의 장소성과 일상성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원미동이라는 구 체적인 장소성에 주목하여, 주거 계급을 공간적으로 구획하는 도시 공간의 위계, 욕망으로 끓어 넘치는 도시 공간의 상황성과 이를 영속화하는 기만의 어법, 장삼 이사들의 삶 속에서 노정되는 위선과 속물주의, 도시 공간의 장소상실의 문제와 자연 회귀의 불가능성, 마지막으로 소시민의 허위의식과 자기반성의 문제를 포괄 적으로 살펴보았다. 1980년대 인구 천만이 넘는 거대도시로 성장한 서울과 그 주변 도시가 서로 연결되어 연담도시(conurbation)를 형성하는 수도권 내부의 구 조 속에서 도시 공간은 위계화되고, 도시 인구의 적절한 수용과 배분은 인간 쓰 레기(human waste)를 둘러싼 첨예한 정치적 문제로 부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멀고 아름다운 동네」가 수평적 위계를 통해 선망과 원망의 장소인 서울과 그 주변부로서의 원미동을 형상화하였다면, 「지하생활자」의 경우는 수직적 위계를 통해 계급론적 부면을 넘어선 원미동 내부의 존재론적·혼종적 변수를 제시했다 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도시 공간의 욕망은 곧 자본주의 사회의 가속도와 이를 둘러싼 욕망과 음모라는 것이 「방울새」가 거느리고 있는 풍경이라 했을 때, 「불씨」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해고의 상황을 견디는 한 가장의 절망어린 일상과 이를 기만하는 도시의 비극을 형상화함으로써, 자본의 토양 위 에서 선택의 자유라는 가치의 허상을 예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원미동 이라는 장삼이사들의 혼종적 공간은 겉으로는 호혜와 연대의 끈으로 연결된 것 처럼 보이지만 기실은 위선적인 태도로 끊임없는 생존경쟁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원미동 시인」, 「찻집 여자」, 「일용할 糧食」을 통해 분명하게 드 러난다. 근대 도시는 인류학적 공간이 가지는 불규칙성과 다양성을 소거한 자리 위에 균질화된 공간을 창출하여 이에 따른 내적 규범화를 이루어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땅」에서 강노인이 그토록 지키려고 하는 땅은 상가건물들이 빼 곡하게 들어선 소자본의 거리로 변모하기 이전의 전통적인 의미의 땅을 고집스 럽게 증거하고 있는 장소이다. 더 나아가 강노인의 밭으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장소 저편에 되돌아갈 수 없는 이상적 공간으로 원미산이 제시된다. 한편, 혼종성 에 기반한 이른바 관용의 창출이 원미동 주민들 상호 간의 갈등과 대립을 완화시켜 주는 조절기능을 담당한다는 선행 연구의 주장은, 기실 서민 혹은 민중을 이 상적으로 보려는 심리적 경사가 반영된 관념의 소산일 수도 있다. 그러한 측면에 서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한다」와 「한계령」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허 위의식 속에 갇혀 무자각 상태에 내던져진 소시민성이 일상의 작은 계기를 통해 각성되는 순간은, 공감과 연대라는 비현실적인 민중의식으로 이들의 삶을 윤색하 는 것보다 더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전술한 바와 같이 『원미동 사람들』 이 거느리고 있는 당대의 한국 사회는 광주대단지 사건과 같이 도시에서 발생한 인간 쓰레기를 강제로 내다 버리는 직접적 폭력 대신에 체제 스스로 이를 배출하 여 경제적 균형과 평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 핵심이 있다. 따라서 이 연작소설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이자, 자본의 풍경과 이것이 만들 어낸 내면의식을 누적적으로 검토함과 동시에 이를 각성하는 치명적 도약의 순 간을 마련함으로써 그 돌파구를 암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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