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일(하지 않을) 가능성

2019 
이 글은 쉼의 사유를 통한 무위의 인간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데리다의 ‘어쩌면’과 아감벤의 ‘비-잠재성’은 모두 의미를 중지시키는 쉼을 통해 사유의 다른 가능성을 개시하려는 시도이다. 먼저 ‘쉼’의 사유. 쉼은 사유가 존재할 수 없거나 중지될 수 있는 가능성을 기입한다. 이제 사유는 스스로와도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쉼은 사유의 한가운데에서 사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빈 공간으로 출몰한다. 신의 무위와 인간의 물러남을 동시에 구현하는 쉼은 사유 속에서 이미 항상 발생하고 있는 동시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으로 남아 사유가 포착할 수 없는 존재의 가능성을 개시한다. ‘무위의 인간.’ 우리는 여기서 의미나 본질로 소진될 수 없는 존재, 카프카의 피조물들과 만나게 된다. 오드라덱은 목적과 행위를 가진 일로 규정될 수 없는 무위의 존재이며 조수들은 전혀 쓸모없는, 공백과도 같은 인물들이다. 아감벤의 말대로 신임 변호사의 새로움은 법을 중지시키는 ‘궁리’(study), 어떤 목적도 없이 법을 가지고 노는 유희의 가능성에 있다. 법 앞에 서 있는 시골뜨기는 존재하지 않거나 행위할 수 없는 가능성(아감벤은 이것을 ‘비-잠재성’이라 부른다)으로 법 속에 기입되어 법을 작동불가능하게 하는 틈, 쉼의 공간이 된다. 완결을 중지시키는 ‘무위’로서의 쉼은 완료된 것들이 ‘다시’ 구성될 수 있는 여지 또는 공간을 열어 이전에 발생하지 않았던 그러나 발생할 수 있었던 다른 가능성들을 구원한다.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가능성들을 반복할 때 쉼의 윤리학이 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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