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 서양 정의이론의 동아시아 수용: 롤즈 정의이론의 한국적 이해

2006 
서양 정의이론의 동아시아 수용은 직접적 방식과 간접적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직접적 방식은 서양의 구체적인 정의이론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방식을 말한다. 간접적 방식은 서양의 제도 및 문물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것들에 내재하는 정의관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직접적 방식은 주로 전문가들에 의존하며, 간접적 이해방식은 전문가, 정치실천가 및 일반인들의 전반적 인식과 이해를 통해 형성된다. 롤즈 정의이론의 한국적 이해는 주로 전문가들에 의존하는 직접적 이해 방식의 유형에 속한다. 롤즈 정의이론의 한국에의 도입은 롤즈의 주요 저서의 번역과 함께 시작된다. 현재 번역된 롤즈의 주요 저서는 『정의론』(A Theory of Justice, 1971, 1999), 『정치적 자유주의』(Political Liberalism, 1993), 『만민법』(The Law of Peoples, 1999)이다. 이러한 번역과 함께 강의 및 학술회의를 통하여 진행된 롤즈 정의이론의 수용은 다음과 같은 변화의 과정을 거친다. 우선, 초기 단계로 정확한 이해 노력의 단계가 시작된다. 『정의론』이 처음 번역된 1970년대부터 90년대 초까지 설정해 본다. 이 단계에서는 롤즈 정의이론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에 주력한 시기이다. 두 번째 단계는 적극적 이해와 긍정적 반응의 단계이다. 대체적으로 90년대 전반을 통하여 이러한 과정이 진행된다. 롤즈의 정의이론에 대한 이해과정이 깊어지고 비교적 그 긍정성을 인정하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반성적 평형의 단계이다. 대체로 2000년대 이후로 설정한다. 롤즈 정의관을 한국 또는 동양의 전통적 도덕관 및 정의관에 비추어 비판을 시도하거나, 또는 롤즈 정의이론의 긍정성을 인정하고 롤즈 정의관과 전통적 한국의 정의관을 이론적으로 결합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의 진전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 및 중첩적으로 진행된다. 롤즈 정의이론의 한국적 이해에는 언어, 역사, 문화적 배경, 사유방식의 차이로 이해의 한계, 오차 및 변용이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전체적으로 롤즈 정의이론은 한국인들에게 긍정과 부정의 교착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인에게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그의 자유주의적 정의관에서 나타나는 개인중심주의적 성격이다. 한편 한국인에게 선호될 수 있는 점은 롤즈 정의이론의 평등주의적 성격이다. 원초적 입장, 기본적 자유의 우선성 등은 그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롤즈 정의이론을 권리중심적인 정의관으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차등원칙, 합당성과 공적 이성의 개념은 비교적 한국인들의 일반적 정의감인 평등주의와 어느 정도 부합한다. 한국인의 일상적 정의감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엇갈린 반응에도 불구하고, 롤즈 정의이론의 중심적 발상과 원칙들은 앞으로 한국 민주정치의 기본적 구조를 개선하는데 많은 응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공적 영역에서 제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렇지만, 공적 설정은 한국의 비공식적 생활의 기반이 되고 있는 문화구조와 끊임없는 긴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현재 롤즈 정의이론의 한국적 이해는 한국의 전통적 정의관을 서구의 정의관에 비추어보고, 또 서구적 정의관을 한국의 전통적 정의관에 비추어 보는 반성적 평형의 과정에 있다. 동아시아 개별 사회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롤즈 정의이론이 동아시아 사회에 줄 수 있는 충격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권, 개인의 자율성과 기본적 자유에 대한 인식의 전파, 정치와 도덕의 구분, 계약론적-구성주의적 정의관, 국내 및 국제사회의 다원주의 등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동아시아 개별 사회가 지니는 도덕관 및 정의관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할 것인가는 개별 사회의 여건과 문화구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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