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의 비정상 심리와 절정체험, 그리고 자아초월적 차원

2013 
반 고흐는 다양한 정신병리를 가졌던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래선지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한 해석들은 화가의 병리와 연관지어 이루어진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최근 그의 작품과 편지들을 연구한 전기 작가나 미술사가들, 나아가 철학자들에 의하면 그는 영적 체험을 그림 속에 현시한 화가로 재평가되고 있다. 말하자면 그의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그가 자아초월 영역과 신비적인 접속을 하였고 그 감응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 고흐는 한편으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으면서 어떻게 자아초월적․초개인적 의식 상태를 작품 속에 반영할 수 있었을까? 또한 심리적 장애 속에 놓여 있으면서도 초개인적인 영적 상태를 경험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가? 한편 그 경험이 가능하다면 개인의 정신에서 심리적 발달과 병리, 그리고 영성은 서로 어떤 관계인가? 먼저 이 글은 반 고흐라는 화가의 작품과 삶에 내재된 영적 특성에 관해서 다룬 선행 논문의 후속 논의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과 삶의 영적 특성은 이 글의 전제가 된다. 따라서 이 글은 우선 반 고흐의 정신 질환에 대한 기존의 진단들을 살폈고 그 가운데서 비교적 그의 비정상적 행동을 타당하게 규명해 줄 수 있는 근거 있는 진단을 에릭슨과 펠의 견해를 중심으로 추정하였다. 물론 스위트먼과 게이포드의 조울증 진단과 그에 입각한 반 고흐의 비정상 행위들과 작품의 특성들에 대한 해명 역시 나름의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따로 지면을 할애하지는 않았다. 이 글의 논지 전개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에릭슨에 따르면 반 고흐의 병은 정신운동성 간질과 우울증이었다. 전자는 그의 자해 행위와 관련되고, 후자는 그의 의문의 자살을 그나마 제대로 설명해 준다. 그리고 펠은 반 고흐의 병리를 경계선 성격장애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질병과는 별개로, 또한 질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신비로운 영적 체험을 하였고, 그 체험이 자신의 회화적 공간에 감동적으로 현시되었다고 생각된다. 위에 제기된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서 필자는 매슬로, 나아가 윌버의 견해를 받아들여 반 고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비록 비정상적 심리 상태에 놓여 있다하더라도 절정체험, 혹은 의식의 변성 상태를 통해 자아초월적인 신비의 영역을 체험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체험은 인간 존재의 본래적인 잠재 능력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의식의 전체 수준과 각 수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병리를 부분적으로 개관함으로써 반 고흐의 비정상 심리 상태와 그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지점과 신비적 체험이 일어나는 지점을 차별적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럼으로써 병리적 의식 상태와 신비적 체험 상태의 차이를 다시 부각시킬 수 있었다. 나아가 윌버를 따라 개인의 자기는 다시 ‘전면적 자기’, ‘영혼적 자기’, 그리고 ‘영적 자기’라는 변별적인 계열로 나뉠 수 있다는 주장을 가정함으로써 영적 차원에 존재하는 영혼들이 어떻게 해서 때때로 일상의 삶 속에서 다른 삶을 사는지 추정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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