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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토를 꿈꾸는가

2019 
정토 또는 이상세계에 대한 갈망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으며, 시대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해왔다. 정토는 ‘깨끗하게 정화된 땅’이라는 의미에서 부처님이 사는, 고통없는 극락세계를 일컫는다. 그런데 『유마경』에서는 사바세계와 대비되는 정토가 아닌 사바세계에서 실현가능한 사바정토를 주장한다. “마음을 맑게 하면 불국토가 맑아진다”라고 말하며 『유마경』은 이 땅에서 중생들의 마음가짐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그 마음가짐을 맑게 닦는 수행에 따라서, 바로 이 자리에서 정토를 이룰 수 있음을 말한다. 『유마경』의 이러한 유심정토, 수행정토, 사바정토는 이후 한국의 사회참여 불교운동들의 정토개념의 기본틀을 제공하고 있다. 민중불교는 사바정토를 지향하는 『유마경』의 태도를 계승하여, 이 땅에 정토를 구현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그래서 초기 승가의 모습에서 이상적인 정토의 모습을 찾고자 했으며, 당시 시대 상황에 응답하여 계급 불평등이 사라진 평등주의,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민주주의, 분단상황을 극복한 통일된 국가 등을 정토의 모습으로 보고, 이를 이루기 위한 투쟁을 했다. 민주화 이후 민중불교 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참여불교의 모습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며,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의 정토를 추구해왔다. 그 가운데에 가장 대표적인 단체가 도법스님 의 인드라망 공동체와 법륜스님의 정토회이다. 인드라망 생명 공동체는 화엄경의 인드라망처럼 얽힌 세상 속에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상생을 정토의 모습으로 지향하며, 도농의 협력과 생태교육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정토회는 맑은 마음, 좋은 벗, 깨끗한 땅이라는 모토 하에 개인의 행복과 서로 돕는 평화로운 사회, 자연과 조화를 이루를 세상을 정토로 보고, 개인의 수행과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다. 『유마경』, 민중불교, 참여불교의 사바정토를 검토해보았을 때 정토의 모습, 맑은 사회의 모습은 유심정토, 수행정토, 사바정토라는 공통의 틀을 가지고 있으나 그 구체적 내용은 모두 다르다. 이들의 정토에서 평등과 상생이라는 키워드를 뽑아내볼 수 있지만, 평등 개념도 이전의 평등과 지금의 평등은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 신기술이 만들어낼 세상에서 지향해야 할 정토의 모습이 어떻게 되어야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마경』에서 보여주고 있는 다양한 타방정토는 가구, 음식 등이 중생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일을 하기도 하였으니, 우리가 꿈꾸는 정토 또한 거대하고 추상적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당면한 어떤 과제를 문제로 삼아 그에 맞는 정토를 꿈꿀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에 따라 실천방식도 달라지고, 실현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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