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요시카와 에이지 유행의 의미

2015 
조선 후기 이미 가 한글로 번역되어 필사․방각본 형태로 유통되었고, 근대 초기 구활자본을 거쳐 신문과 잡지에 연재된 까지 숱한 번역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요시카와 에이지 가 유행한 첫 번째 이유는 ‘가독성’ 때문이다. 근대 초에 번역된 들은 비록 쉬운 우리말 번역으로 한문 어투가 주는 난해함은 극복했다 하더라도 구성은 ‘모종강평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이 이야기를 했다가 저 이야기를 하는 느낌을 주어 독자의 혼란을 더했다. 이는 같은 제목의 챕터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연속성이 해체되어 있고, 소실점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시카와 에이지는 단일한 시점 즉, 원근법으로 를 재구성함으로 해서 깊이감을 더했다. 비록 전지적 작가 시점이긴 하지만 모든 사건을 주요 인물 중심으로 전개하는 ‘초점화’를 통해 전근대 소설이 주는 난삽함을 없앴다. 이렇게 ‘초점화’된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함으로 해서 독자는 작가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시선을 통해 사건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당연 ‘재미’ 때문이다. 원래 재미있었던 이야기에 원근법으로 깊이감을 더했으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요시카와 에이지는 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를 첨가해 근대 독자를 사로잡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시작 부분에 있는 ‘차 사건으로 만들어진 모험’과 ‘홍부용과의 로맨스’다. 이러한 모험과 로맨스는 근대 독자들이 서양의 소설을 통해 접했던 이야기와도 상통하는 것으로 근대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그는 전 근대소설이 가지는 불필요한 우연 혹은 기이한 이야기 등을 제거하거나 자신의 설명을 덧붙여 나름의 합리성을 확보했다. 왜냐하면 근대 교육을 받은 독자들에게 기적에 가까운 사건이나 미로처럼 얽혀 드는 서사는 리얼리티를 방해하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시카와 에이지 가 해방이후 우리나라에서 유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전근대 가 재미없어진 것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로 인한 서사 배치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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