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통으로서 성폭력피해의 의미구성과 젠더효과

2016 
현재 한국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는 트라우마론을 통해 여성의 삶에 심각한 고통으로,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개인의 치유 문제로 축소되고 있다. 젠더폭력의 구조적 원인과 효과에 대한 분석을 가로막는 이런 인식을 넘어서기 위해 본 연구는 생애사적 맥락에서 20·30대 여성이 구성하는 피해의미의 내용과 함의를 분석했다. 피해자 4인의 생애사를 통해 첫째, 성폭력 피해는 생애사적 조건과 자기 인식이 얽힌 복합적 경험이자 능동적 의미구성 과정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둘째, 가족, 또래집단, 직장 등의 주요 사회적 관계를 통해 내면화된 성폭력 피해 통념과 젠더규범이 고통의 경중과 내용을 결정하고 있었다. 여성의 성적 무지와 수동성의 강조, 성판매 여성과의 구별짓기와 성적 평판의 영향력, 강간피해의 심각성과 귀책에 대한 통념 등이 여성들의 서사를 구조화하고 있다. 셋째, 젠더 규범의 전달자이자 피해 전후를 관통하는 삶의 곤란의 책임자로서 모성에 대한 기대, 비난이 피해 의미화에서 주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피해 원인이자 결과로서 취약한 심리적 상태와 무너진 사회적 관계, 불안정한 노동 지위나 열악한 가정환경, 독립이나 생계에 대한 부담이 모성 수행의 문제로 전가되는 젠더 효과를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성폭력 피해가 여성 개인의 고통 문제로만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계급, 세대, 문화적 맥락이 교차하는 젠더화된 삶의 사회적 고통으로서 이해될 필요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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