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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의 경계, 대화의 단절

2014 
지금에 이르기 까지 한국 사회에서 조선족은 인식 주체가 아니었다. 단지 말해지는 대상, 만들어진 표상일 뿐이다. ‘조선족’이라는 범주를 구성하고 있는 주체의 입장, 사회적 경험, 타자의 시선, 문화적 정체성은 아주 다양하다. 하기에 그들의 시각에서 보면 기존 한국 언론의 내용과 그들을 둘러싼 담론의 형성 구도 자체는 상상의 것이다. 따라서 이 글은 한국 언론에 대한 저항이라기보다는 한 가지 목소리만이 지배하는 담론 구도에서 다른 목소리의 가능성을 조금 더 넓게 열어두려는 시도 일뿐이다. 이 역시 타자 경험을 확대하는 수단일 수도 있다.조선족에 대한 담론은 차이나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타자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수단과 방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양자의 정치적 올바름이나 동일성, 단일화의 가치보다는 대화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 조선족 뿐만 아니라 다른 타자의 목소리도 들리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우리’라는 단어는 하나의 집단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만큼 개인의 자아 정체성을 희석시키고 집단의 단순한 가치관을 절대화한다. 따라서 이는 강한 결속력과 집단에 대한 깊은 애착(맹목적이고 단순한 애착)을 필요로 한다. 반면 이러한 순기능의 이면에는 ‘우리’의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않는 혹은 들어올 수 없는 타자에 대한 차별 혹은 배타성이 자리잡고 있다. 이는 지나친 ‘우리’화 현상을 조성하고 내부와 외부(친구와 적)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증폭시킬 위험을 잉태하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집단 및 계층 간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한국”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지나치면 배타성을 밑바탕으로 한 집단적 경계감에 몰입되어 타자와의 대화를 단절해버리는 현상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우리의 사유는 개인적 체험이나 경험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타자와의 관계를 우선 염두에 둔다. 따라서 개별적인 경험을 넘어선 보편성을 지향한다. 문제는 보편성의 근거이다. 또한 보편성과 주체성의 구체적 관계가 문제이다. 그 점에서 조선족 이미지의 표상화는 한국사회 대중의 안전과 통합을 위한 전략적 산물인가 아니면 대화의 단절이 초래한 부정적 시각의 결과물인가. 대중의 안전과 통합을 위한 산물이라면 이는 합당한 방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합당한 방식은 조선족 이미지의 표상화나 조선족 담론이 실제 조선족 집단과 얼마만큼 괴리감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귀결되어야 한다. 또한 대화의 단절이 초래한 편협한 국가주의, 지역주의에 경계의 눈길을 보내야 한다. 단일민족 신화에 근거한 민족 동질성 논리, 강력한 국가주의와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가 특히 되짚어보아야 할 문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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