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르소 데 몰리나의 신화 성체극에 나타난 성서와 신화의 이종 교배

2020 
30년 전쟁의 와중에 발표된 띠르소 데 몰리나의 신화 성체극 『크레타의 미궁』은 신교 세 력을 적그리스도로 설정하고 반종교개혁의 이상을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메르 세드 수도회의 신부 띠르소는 신구약 성서와 고전 신화를 넘나들면서 화려한 알레고리 연극으로 그리스도의 성체의 신비를 당시 스페인 대중에게 감각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띠르소는 자신의 성 체극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란 매우 이질적인 요소의 혼합, 즉 이종 교배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단순한 가톨릭 종교극의 인물들을 신화적 이미지를 띤 복합적 캐릭터로 변형시켜 놓 고 있다. 띠르소가 신화를 성서와 결합하는 방식은 주요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한 등장인물에 여 러 인물들의 속성과 이미지를 중첩시키는 것이다. 신화의 인물을 성서의 인물로 변신시키는 과정 에서 후자가 지닌 복합적인 속성을 채우기 위해 다른 신화 속 인물을 부분적으로 차용하는 방식 이다. 이것은 통일되고 일관된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있고, 관객이 극 중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데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장편극인 꼬메디아(comedia) 와 달리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는 단막극인 성체극에서는 피해야 할 작업이다. 그러나 띠르소는 작품 전체에서 한 인물이 유지해야 할 성격의 통일성보다 성서의 캐릭터를 다면적으로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테세우스와 미노스, 아리아드네의 신화 적 성격을 작품의 뼈대로 삼되 알레고리의 대상이 되는 성서의 인물이 가진 복합적인 성격을 표 현하기 위해 다른 신화의 인물들을 차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성체극 속의 신화 적 캐릭터들의 성격은 강화되거나 확장되어 성서의 인물들을 깊이 있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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