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통치의 정당성에 관한 변론

2013 
플라톤이 철인 통치를 주장한 문제와 관련, 일단 두 가지의 근거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동기(動機)의 문제가 있다. 통치하는 사람들이 통치하기를 좋아하는 존재라면, 도시 전체의 선(善)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통치를 함으로써 도시 전체에 분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정치적삶보다 더 강렬하게 좋아하는 삶, 즉 ‘명상적 삶’에 천착하고 있기에 철인들은 비로소 도시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플라톤의 생각이다. 두 번째로 “누가 도시를 통치할 것인가” 하는 사안은 심각한 문제로서 도시전체는 물론 정치 엘리트와 민중들 사이에 파괴적이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분란’,즉 ‘스타시스(stasis)’를 불러일으킨다. 결국 철인에 의한 통치만이 그러한 사태를 잠재울 수 있다. 이러한 플라톤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두 가지 경험적 근거만으로 철인통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철인이 아니더라도 도시의 공동선을 추구하며 도시의 분란을 잠재우는 통치자를 상정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두 가지 경험적 근거는 철인 통치에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플라톤의 철인 통치의 정당성의 근거는 다분히 ‘인식론적’인것이라고 생각된다. 철인들만이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 즉 정의로운 것, 선한 것, 훌륭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참된 지식, 즉 ‘에피스테메(episteme)’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철인들에게 최상의 통치자 자격을 부여할 수있는 핵심적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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