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그리트 드 발루아, 역사와 기억 사이

2016 
본 논문은 앙리 2세와 카트린 드 메디치의 딸이자 앙리 4세의 왕비였던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Marguerite de Valois, 1553-1615)에 대한 역사적 기억이 16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생성, 변형, 소통, 확산되는 과정을 고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발루아 가문의 마지막 공주로서 프랑스 르네상스 시기 문인들의 찬양의 대상이었던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는 생 바르텔르미 학살 이후 위그노 선동가들에 의해 발루아 왕조의 무자비함과 무능력함을 상징하는 존재로 격하되었으며, 종교내전이 종식된 후에도 부르봉 왕조의 정당성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되었다.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에 대한 추문은 이후 17세기 리슐리외 시대에는 귀족들의 정치개입을 비판하기 위해, 18세기 계몽주의와 혁명의 시대에는 여성들의 정치적 역할을 폄하하기 위해,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지나가버린 과거를 상징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환되었으며, 그녀의 이러한 이미지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과 이를 영화화 한 〈왕비 마르고〉 등을 통해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널리 유포되어왔다. 이처럼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에 대한 당대의 평판과 후대의 전설은 그 자체로 진위여부를 논할 대상이라기보다, 비전형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이 얼마나 쉽게 성적 공격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이런 여성에 대한 역사적 기억과 그 소통방식이 얼마나 강력하게 젠더 간 위계질서를 재생산하는지 증명해주는 적극적 사례로 분석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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