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시의 유계(幽界)의 헤테로크로니아

2021 
이 글은 이상(李箱) 시 텍스트를 논의함에 있어 일반적인 죽음과 시간 의식에 문제 제기하는 시도이다. 따라서 그의 텍스트에 나타난 죽음 이미지를 ‘또 다른 죽음’ 즉 ‘죽어감’이라는, 일반적인 죽음과 차별화된 시각(death와 dying의 차이)으로, 죽음은 오히려 삶의 시간이며 글쓰기 방법론임을 밝혔다. 아울러 삶의 시간을 연장하려는 시간의 이질화인 헤테로크로니아에 주목하여, 영원에 이르려는 초극의지의 궤적을 검토하였다. 이상 시의 죽음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 중인 죽음의 실체로 ‘죽어가는 경험’이며 이는 죽음보다 강력한 것이다. 그러한 ‘죽어감’의 체험은 살아있는 동안의 체험으로 죽음은 곧 삶이라는 역설이 가능하며, 그는 나르시시즘적 반성성을 넘어 진정한 성찰에 이르게 된다. ‘죽어간다는 것’은 소멸할 수밖에 없는 여정이며, 이 굴레에서 헤어날 수 없는 불가능성에 이르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는 불가능성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문학적 상상력을 요구하게 되고 생물학적 죽음의 내재성을 발현하였다. 그의 텍스트에서 ‘죽어감’의 접근은 주체가 세계 안에서의 존재 불가능성과 마주하는 고난이었다. 산죽음 상태에 이른 이상은 삶-죽음이라는 이분법을 해체했다. 그러므로 본 논의에서 그가 사용한 작품 질료로써의 죽음이 즉 무화(無化)가 되는 시점이 무한(無限)으로 이어지는 영원을 표상했고, 그 표상이 글쓰기로 생성되었음을 규명하였다. 죽음의 ‘가능성의 불가능성’이라는 관점은 죽음이 실존의 완성을 넘어 오히려 실존을 해체한다는 블랑쇼의 사유로써, 이상 텍스트에 나타난 죽음의 상상력이 곧 삶의 의지였음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하여 이상 시 텍스트의 ‘죽음의 시간성’에 관한 또 다른 독법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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