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람일기』에 나타난 古文獻 筆寫와 필사자의 존재양상 연구

2018 
이 글에서는 『가람일기』에 나타난 필사 기록을 바탕으로 20세기 전반기의 필사와 필사자들의 존재양상을 고찰하였다. 그 결과, 20세기 초 고전 간행이라는 시대적 조류 속에서 고서 필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정황과, 6·25이후 이러한 흐름이 주춤하다가 점차 쇠퇴하는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가람이 필사에 관여한 총 36년의 세월 중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3년 동안에 전체 필사 서적의 절반과, 중요 문헌들의 상당수가 필사되었음은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이처럼 필사의 성행과 쇠퇴가 진행되는 가운데, 필사자들의 존재양상 또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 당시의 필사자들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헤아릴 수 없으므로 일단은 추정에 머무를 수밖에 없지만, 단순히 필사를 하는 행위자들 수의 가감과 무관하게, 고문헌을 의식하고 감별할 수 있는 적합한 전문 필사자들의 존재는 확연히 줄었던 것으로 예측된다. 서지학에 깊은 조예가 있었던 가람은 필사자 선별에도 까다로운 기준이 있었다. 그가 왕성히 필사본을 만들었던 시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여러 필사자들의 도움이 있었던 때이다. 1940년 이후 이렇다 할 필사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단순히 가람이 필사본 수집에 열정이 줄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필사를 부탁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으며, 노년의 가람이 직접 베끼는 데에도 한계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필사자들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필사본을 만드는 일도 드물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필사가 성행하였던 시기에 필사자들은, 뚜렷하지는 않으나 몇몇 유형을 가지고 있었다. 공통된 것은 가람이 필사를 맡기는 인물은 모두 예사로운 寫字生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필사 부탁이 몇 인물로 집중되는 것은 고서에 대한 가람의 생각과 신념을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필사본으로 남겨진 각종 문헌에는 필사자들의 역량 뿐 아니라, 이를 원전에 가깝게 만들고자 한 가람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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