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연행 동작의 메타의사소통적 활용과 그 의미

2021 
이 글은 소리판에서 창자가 보여주는 연행 동작이 메타의사소통적으로 활용되는 양상을 살펴보고, 창자의 몸을 통해 시도되는 메타의사소통이 청중들이 연행 텍스트를 의미화하는 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메타의사소통이란 다양한 의사소통의 유형 중에서도, 소통 행위의 주체와 대상을 구분하고, 의사소통 자체를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삼는 것들을 통칭한다. 메타의사소통은 자기지시성·자기성찰성을 특징으로 하며, 일상적 소통 현장에서는 의사소통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을 수 있는 혼란을 방지하거나 해결하려는 담화 전략으로서 기능한다. 판소리 연행이라는 특수한 소통 현장에서는 메타의사소통을 통해 창자가 청중들의 텍스트세계 내 몰입의 정도를 통어하거나 연행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을 조력할 수 있다. 소리판에서 벌어지는 메타의사소통은 언어적 층위에서뿐만 아니라 연행 동작을 구성하는 작업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살폈다. 첫 번째, 연행 텍스트에 대한 자기지시적 객관화를 촉발하는 동작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메타의사소통적 연행 동작은 청중들로 하여금 텍스트세계 내로의 몰입으로부터 벗어나, 텍스트세계를 현실세계와 구분된 하나의 실체로서 반성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두 번째, 판소리 사설(언어)로는 미처 유표화되지 않은 함축적 의미들을 현실세계에 현존하는 창자의 몸으로 표현해내는 동작이다. 이 유형은 텍스트세계 내적 의미를 현실세계와 연결짓게하여 확장하게 만든다. 세 번째, 연행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펼쳐지는 몸동작으로, 무대장치나 판소리 참여자, 의상이나 공간 등 연행 현장의 구성요소를 완전히 전경화시키는 유형이다. 세 번째 유형의 동작은 텍스트세계 내적 의미와 현실세계의 의미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소리판에서 이 세 가지 유형의 신체적 메타의사소통이 시도될 때, 청중들의 추임새가 현격하게 증가한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청중들이 연행 대상이 되는 텍스트 자체를 반성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면서, 이것이 자연스럽게 ‘텍스트에 대한 담론하기’ 활동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창자가 ‘메시지에 관한 메시지’인 메타의사소통을 시도하는 것은 판소리에 대한 청중들의 역동적인 참여를 끄집어내는 잠재력을 가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판소리 연행 동작의 메타의사소통적 활용을 살펴보는 일은 연행 현장에서 판소리의 참여자들이 경험하게 되는 지각의 창발적(emergent) 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관점은 판소리가 아닌 다른 구술서사물의 연행이나 전통 연희의 연행에도 확대 적용해볼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연행 현장에서는 모두 자기 자신을 소통의 대상으로 발견해 내고, 연행을 연행으로서 틀짓게 만드는 메타의사소통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연행현장에서 시도되는 메타의사소통의 과정을 분석하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연행 참여자들이 텍스트세계와 현실세계를 어떻게 연관지어 의미를 해석하게 되는지, 또 그 해석의 절차와 과정은 어떠한지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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