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중국과 한국에서의 ‘격치(格致)’ 개념 형성과 변화 과정
2021
이 연구는 중국과 한국의 근대 학문 형성 과정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격치’라는 용어의 개 념 형성과 변용 과정을 기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출발했다. ‘격치’는 대학의 수장(首章)에 등장하는 ‘격물치지’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리 사용되었다. 특히 경 험적ㆍ실증적 연구 방법을 중시하는 근대 학문이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격치의 개념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중국의 경우 서구의 학문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며, 전교 목적으로 중국에 파견된 서양 선교사들도 이와 같은 경향을 고려하여 학술어 번역에서도 전통적인 용어를 상황에 맞게 변용하고자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국의 격치 개념 변용은 한국 근대 학문 형성 과정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이며, 경험과 실증을 대상으로 한 ‘격치’와 사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분야를 일컫던 ‘격물’ 개념이 점차 ‘신구학 대립’ 담론에서 ‘서구 학문’이나 ‘신학(新學)’을 뜻하는 용어 로 변용되다가, ‘과학’과 ‘철학’ 등의 학술어로 대체되어 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첫째, 근대 중국에서의 ‘격치’는 마테오리치 이후 경험적으로 고증하여 얻은 일정한 지식 또는 연구 방법을 뜻하는 개념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에 비해 ‘격물’은 물질을 대상으로 한 연구 방법이나 분야를 뜻하는 개념으로 쓰였다. 둘째, 한국의 근대에서도 격치의 개념은 경험 을 바탕으로 한 지식 습득의 방법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최한기는 격치 개념을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측으로 사용했다. 또한 개항 이후 서구 학문이 도입되면 서 ‘격치’ 개념은 경험적, 실증적 연구 방법을 뜻하는 ‘과학’과 비슷한 의미를 획득하였으며, 연구 대상을 중시하는 ‘격물학’이 분과 학문 명칭처럼 사용된 예도 나타났다. 이 용어는 경험 과 실증을 중시하는 ‘과학’ 또는 만물의 이치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이라는 용어가 널리 쓰이 면서 점차 학술어로서의 용법이 약화되기에 이르렀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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