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패수에서의 의례와 신화

2015 
『수서』 고려전에 의하면 매년 초에 고구려에서는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패수가에 모여 여러 가지 의례를 행하였다고 한다. 즉 이전 세계와 질서가 소멸하고 새로운 세계가 재탄생해야할 새로운 해의 시작에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패수의례를 거행한 것이다. 이 의례에서는 여러 가지 놀이가 행해지고 왕의 의복을 매개로 물과 접촉하며 또 모인 사람들이 양 편으로 나뉘어 싸움을 하는 등의 의례가 행해졌다. 이들 의례는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정한 의미체계를 이루는 의례의 요소들이었다.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때, 즉 재창조되어 생명력으로 충만된 세계를 다시 시작해야할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의 안녕을 책임져야 할 왕의 생명력의 갱신이었다. 이를 위해 거행되었던 의례가 왕의 영혼을 대신하는 의복을 가지고 물과 접촉하는 것이었는데, 이는 부정을 씻어 버리고 신화에서 말한 물의 신성한 힘과 접촉하여 생명력을 갱신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왕은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새로운 세계를 통치할 힘을 획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를 공동체적인 것으로 확대한 것이 편싸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를 구성하는 상대되는 두 요소의 대립을 양 편으로 나누어 표현하고 그들의 싸움과 한 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갱신하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여 풍요를 얻을 수 있다는 바람을 표현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고구려 패수의례는 새로운 시간의 세계가 시작하는 때에 왕의 생명력의 갱신으로부터 시작하여 공동체 전체가 새로운 힘을 획득함으로써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보장받는다는 의미의 왕권의례이자 공공의례였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과 행위는 건국신화 속에서 해모수와 하백의 싸움 결과 시조왕이 탄생하고, 시조왕의 편과 부여군의 싸움의 결과 국가의 창립이 있고, 시조왕과 그 적과의 싸움을 통해 건국의 정당성을 알린다는 이야기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신화 속의 이야기를 물가에서의 공공의례에서 상징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왕의 생명력을 갱신시킨다는 주술 종교적 의미 뿐 아니라 역사적 경험의 집단적 기억을 반복하여 재현함으로써 건국의 위대함과 그 정당성을 상기시키는 것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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