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궁'과 '유영'으로 읽는 - 고전소설 속 꿈의 해석에 대한 시론

2020 
본고에서는 에 나타난 몽유자와 공간의 특징에 주목해 꿈을 꿈답게 해석해보고자 했다. 우선 수성궁에 대한 묘사는 경복궁을 향하는 시선, 시정과의 심정적 근접성, 신비로운 절승지라는 특징으로 집약될 수 있었다. 이러한 공간에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는 처지의 몽유자가 등장해 의미망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수성궁 나들이는 유영에게 상처만을 안겨주었고 그리하여 도망치듯 들어간 후원에서 유영은 수성궁으로부터 황폐함을 읽어낸다. 그것은 곧 자신의 내면 풍경이기도 했다. 인정 욕망을 가졌지만 표출할 수 없는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인 것이다. 이렇듯 에서는 자존심에 상처 입은 주인공을 제시하고, 그가 스스로 내면을 돌이켜 볼 장(場)을 마련한다. 그러므로 이후에 전개된 꿈을, 몽유자의 억눌린 내면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이때 억압된 감정은 꿈의 매커니즘을 따라 상징의 외피를 입고 사건화되어 표현된다. ‘유영의 대리자’인 김진사가 ‘임금의 대리자’인 안평대군에게 ‘경복궁의 대리공간’인 수성궁에서 인정 욕망을 충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정 욕망은 뒤집어 말하면 인정받지 못하는 데 따르는 울분이기도 하다. 이 울분과, 더 나아가 부조리한 사회적 질서를 위반하고 싶어하는 충동이 운영을 통해 표현된다. 그렇지만 그러한 충동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기에 운영은 자살을 선택한다. 운영과 김진사의 이야기는 곧 유영의 이야기다. 그런 까닭에 각몽 후의 유영은 이야기를, 다시 말해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선택을 내린다. 곧 사회의 인정 체계로부터 탈주해 주체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은 꿈의 속성을 잘 활용하는 소설이다. 꿈을 통해 운영과 김진사의 이야기는 곧 유영의 이야기가 되고, 나아가 을 통해 작자와 독자의 이야기로 번져나간다. 겹겹으로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하는 구조가 바로 꿈으로부터 마련된다. 에 나타난 꿈의 활용은 이러한 측면에서도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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