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의 상상과 에크프라시스- 1980년대 노동시 재독(再讀)을 위한 시론(試論)

2014 
이 논문은 1980년대 노동문학이 소박한 윤리에 갇혀 협의의 정치에 복무했다고 평가하는 틀에서 벗어나, 삶(노동)과 문학(시)의 분할을 접합하고 있는 노동문학의 언어 자체에 주목해봄으로써, 80년대 노동시를 재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분석 대상은 박노해와 백무산의 작품을 포함한 여러 무명작가들의 80년대 노동시 전반이다. 노동시 비평의 초점을 재현대상으로부터 이미지 자체로 옮겨 시어의 수사적 특징에 주목하고 노동시의 수사학적 전략을 재평가하고자 한다. 반복적이고 장황한 시각적 장면 묘사는 노동시에 있어서 잉여적인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핵심이며, 이러한 에크프라시스적 특징을 통해 노동시는 "살아있는 이미지"라는 이념을 성취시킨다. 이 때 달성되는 "메두사 효과"는 독자가 감상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불편한 이미지를 적극 응시하도록 만든다. 노동시의 정치성은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단순히 노동현실을 고발하고 증언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지의 생명력을 통해 새로운 모럴을 상상하고 정치적인 상상력의 공간이 되고자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노동시의 수사학에 내장된 잠재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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