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와 제의의 관점에서 본 아리스토파네스의 「기사들」
2014
아리스토파네스 「기사들」은, 아테나이 시민 데모스의 집에서 제멋대로 횡포를 일삼는 우두머리 하인을 그보다 사악한 것으로 판명된 순대장수가 승계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당시 아테나이 정치풍토를 풍자하고 당대의 권력자인 클레온을 비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심층적인 면에서 보자면 세 가지 계승 이야기를 겹쳐서 만든, 신화적 제의적 해석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그 바탕에 암시적으로 깔린 것은 제우스의 성장과 계승을 위한 투쟁 과정이다. 여기서 제우스는 젊은이 일반을 대표하고, 그의 투쟁 과정은 성인식의 내용과 특성을 반영한다. 중심 이야기에는 순대장수의 주변성, 그의 ‘교육’과정 그리고 투쟁과정이 놓여 있다. 파라바시스에서는 ‘희극의 왕’ 자리에 새롭게 오른 젊은 시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수련 과정과 투쟁 그리고 계승의 역사가 드러난다. 이렇게 중첩된 계승 이야기에, 통과의례와 희생양 제의 그리고 신년제의 요소들이 병행하고 있다. 이 작품의 전개과정에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의 발전이 보이며, 그것은 세가지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개인적 성장이라는 층위는 이 작품 내의 사건 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웅들의 모험에 공통적인 것이다. 최종 계승자인 영웅은 주변부에서 성장하여, 여러 교육을 받은 후, 막강한 적수 또는 괴물과의 투쟁을 거쳐 새로운 지위를 획득한다. 두 번째 층위는 한 가정 내의 질서 회복이라는 점이다. 이 작품에서 데모스 노인의 집은 처음에 질서가 무너지고 혼란된 상태였다가 마지막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받는다. 마지막 층위는 국가적이고, 우주적인 층위이다. 데모스 노인이 영웅의 승리 뒤에 젊음을 되찾는 것은 국가적, 우주적 질서가 회복되었음을 보여주는 증표이다. 이 층위에서 많은 축제들, 특히 신년제의 관행들이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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