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과 한국의 여신 신격에 관한 비교 - 설화의 전승과 숭배 양상을 중심으로 -

2017 
우리는 낯 동안 눈부신 태양에 가려진 별을 볼 수 없다. 그러나 밤이 되면 햇빛에 가려져있던 별빛을 보게 된다. 전승서사의 안팎에서 남신(男神)에 가려져 있던 존재가 ‘여신(女神)’이다. 각국 신화학자들은 이들 ‘여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신화학자들 역시, 그동안 ‘여신 연구’에 관한 다양한 결실을 맺어왔다. 본고는 이들 선행연구의 갈래 중 비교신화학(比較神話學)의 입장에서 희랍과 한국의 양국 ‘여신’에 대한 위상을 비교한 것이다. 인간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신(神)과 마주해왔다. 신은 사람들의 의식에 따라 숭배되는 존재이므로 신도의 유무에 따라 신격(神格)은 유지되거나 강등되는 가변적인 존재이다. 여기서는 숭배 여부에 관계없이 신의 자취가 남아있다면 이를 추적하였으며 남신을 배제한 ‘여신’을 탐구하는 것을 연구의 목적으로 둔다. 물론 여신의 자취와 신격을 탐구한다고 해서 모든 여신을 살필 수는 없다. 따라서 서구권에서는 희랍 여신을, 동양권에서는 한국여신 만을 대상으로 한정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희랍여신과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한국여신을 비교하는 것으로 양국 여신이 갖는 정체성의 일면과 신격의 낙차(落差)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Ⅱ장에서는 더 이상 숭배되지 않는 희랍여신의 흔적을 오로지 서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올림포스의 열두 신 중 ‘헤라’와 ‘아테네’ 그리고 ‘아프로디테’의 세 여신으로 한정하여 분석했다. 제우스의 아내로서 헤라(Hera)는 신들의 여왕이다. 그럼에도 헤라는 전승되는 신화 안에서 모성적인 모습보다 질투심 강한 계모 혹은 악녀로 묘사된다. 이를 아폴로도로스(Apollodoros)의 『도서관[Βιβλιοθήκη]』을 통해 확인했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완전 군장을 한 채로 태어난 여신 아테나(Athena)는 지혜를 관장한다. 그녀는 그리스의 도시들을 다스리는 판테온의 여신으로 전쟁의 여신 혹은 중재자로 묘사된다. 여기에서는 아폴로도로스와 불핀치의 서사를 통해 보았다.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는 바다의 거품에서 나왔다고 전한다. 가장 못생긴 남신 헤파이스토스의 아내인 그녀는 애정을 일으키는 창조적인 능력을 지녔다. 그럼에도 전승되는 서사에서는 수동적인 여신으로 그친다. Ⅲ장에서는 오늘날까지 숭배되는 한국여신의 자취를 장소와 구전설화 속에서 확인했다. 대상 여신으로는 ‘마고할미’와 ‘제석할머니’ 그리고 ‘바리데기’로 한정하여 분석했다. 거인여신의 계열에 속하는 마고할미는 창조신으로 대모신과 남신에 복속되는 여과과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봉화산(해발130m)은 서울시 중랑구에 위치한 산이다. 이 봉화산 정상에는 도당이 있고 지금도 굿판이 벌어진다. 봉화산 도당은 ‘제석할머니’를 모시며 그녀와 관련된 설화가 전승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어 무당들의 무조(巫祖) 여신인 바리데기의 무속 서사를 분석했다. Ⅳ장에서는 앞에서 정리된 여신들의 정보를 토대로 이를 비교 · 분석하여 양국 여신의 정체성을 비교해 보았다. 희랍여신은 어디까지나 텍스트에 ‘갇힌’ 여성으로 모성적 성질이 부각된 여신으로 나타난다. 반면, 무속현장 속 한국여신들은 모성적 성질을 갖더라도 강인한 여성으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오늘까지 민중들의 숭배 대상으로 현존하며 주변설화가 전승되고 있음을 통해 확인된다. 양국 여신은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정체성의 일면을 갖고 여전히 신화의 주연 혹은 조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고는 어디까지나 서양의 희랍여신 중 세 여신과 동양의 한국여신 중 세 여신이 갖는 정체성의 일면으로 ‘신격’을 비교한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남녀의 신격이 본격적으로 갈라서는 ‘오누이’계열의 서사라든가 ‘타자’로 희생된 여성 혹은 악녀의 현상이 포착되는 ‘여우누이’의 서사들은 미처 대상화하지 못하였다. 앞으로 ‘여신’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다양한 서사 속에 수용된 여신의 흔적 혹은 위상에 대한 추적을 시도하는 것으로 연구의 결점을 보완해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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