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기 일본인의 여행기에 나타난 조선인식

2014 
일본인의 조선 여행기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한국인의 불결함과 게으름, 부정부패에 찌든 정치와 역사적 우월감의 확인 등은 혼마 규스케(本間久介)의 여행기에서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문명의 눈으로 바라보는 멸시의 시선, 그리고 임진왜란의 전적지를 순례하며 우월을 확인하는 패턴이 혼마의 여행기에서도 예외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혼마의 시선에서 오리엔탈리즘의 전형인 불결함은 한국 도처에서 발견되는 야만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그리고 혼마의 시선에 조선은 자주성이 결여된 역사로 인해 혼자서는 설 수 없는 나라로 인식된다. 오랫동안 중국의 속박을 받은 조선은 독립국가가 아니며, 이것은 인민들이 일어설 힘을 빼앗은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부정부패와 허례의식은 조선사회가 실리를 추구하는 것을 방해하였고, 명분과 허례에 집착하다보니 개인보다 국가를 생각하는 공공의 관념이 거의 발전하지 못했다고 본다. 이러한 공공의식의 미발전으로 인해 함께 힘을 모아야 만들수 있는 도로나 水利등을 도모하지 못하여 결국 경제발전도 이룩하지 못하였다. 치수의 부재와 농기구의 유치함 그리고 교통과 화폐의 불편, 시장의 미발달은 경제발전을 저해함과 동시에 저발전의 산물로 혼마는 이해하고 있다. 부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편견위에서 그려지는 혼마의 시선에 조선의 희망은 없다. 혼마에 의하면 조선인들은 무사태평하다. 거기에 더하여 그들을 수탈하는 부패한 관리들이 있다. 이 양자는 인과관계로 그려진다. 관리들의 수탈이 너무 심해 백성들은 저축할 생각을 않고 그날그날 연명만 하려고 하다 보니 애써 일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혼마의 논리의 끝은 조선은 도저히 가망이 없으며 미래가 없는 민족이 된다. 한국에 대한 멸시와 비난이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에서 혼마는 끊임없이 일본을 중국과 비교한다. 중국상인들의 뛰어난 상술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인의 분발을 촉구하는가 하면 어업이나 상업에서 일본의 진출을 부추긴다. 그러면서도 문명화된 일본을 향한 한국인들의 싸늘하고 경멸적인 시선에 당혹해 한다. 일본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에는 문명국 일본을 향하는 시선과 함께 멸시의 시선이 동시에 존재하였다. 마지막으로 혼마는 무기력하고 부패한 조선을 구해야 하는 일본의 사명감으로 자신의 논리를 연장한다. 한국의 문명화와 관련하여 일본승려의 역할을 역설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리엔탈리즘에서 보이는 서양인들의 책무가 여기서는 일본인들의 사명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아직 일본인의 사명은 간접적으로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적극적 역할이나 책임론은 러일전쟁 이후에 판에 박힌 듯이 나오는 내용이다. 혼마의 눈에 비친 조선은 오리엔탈리즘에 투영된 야만과 함께 제국주의적 팽창궤도를 걷기 시작한 일본의 조선에 대한 우월감과 멸시 그리고 문명화의 책무를 확인하는 장이었다. 결론적으로 혼마 규스케의 여행기에는 오리엔탈리즘이 가지고 있던 문명국의 시선에 더하여 조선을 향한 일본의 제국의식이 表象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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