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언어적 조건과 ‘증인’의 시선

2016 
이 논문은 해방 및 한국전쟁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월남작가들이 펴낸 수기를 ‘난민의 언어적 조건’과 ‘증언의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살핀다. 수기는 본래 자전적 체험의 진정성을 담보로 독자들과 소통한다는 장르적 특징을 갖고 있지만, 남북의 이념적 대립 하에 출판된 월남작가의 수기는 반공주의 담론을 강화하려는 관제 문학의 도구적인 성격을 띤다. 이로써 월남작가의 수기는 허구성에 바탕을 둔 문학류와는 별도로, 작가로서 월남작가군의 글쓰기 윤리를 물을 때 문제적인 대상이 된다. 이 논문의 출발점은 반공시국 하에서 월남작가군이 보여주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들은 한편으로는 관제 문학 생산의 장에서 이용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도, 정작 해당 제도 속에서 반공수기를 써내는 데에는 대단히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하 본문의 논점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월남작가들은 왜 관제문학의 장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였는가? 둘째, 그러나 왜 그들은 자발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주인이 되지 못했는가?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제 문학의 장에서 이들에게 작가윤리의 진정성을 묻는다면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가? 이상의 논점에 대한 해명을 위해, 본 논문에서는 ‘정치적 난민’으로서의 월남작가군이 감당해야 했던 이념적 언어공간의 특수성, 수기 문학이 생산되었던 증언(고백)의 장의 성격과 그 속에서 생겨난 언어적 공백,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떤 사태의 직접 체험자가 아닌 관찰자로서의 ‘증인’이 되려는 욕망과 그 관찰자적 시점에의 지향이 갖는 윤리적 가치를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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