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갈렌과 중국의 인문화된 자연

2019 
빅토르 세갈렌은 클로델, 생-존 페르스 등과 더불어 20세기 초에 중국을 프랑스 시의 주제로 도입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지만, 중국에 대한 전문적 인식과 활동에서 한층 더 나아갔 음이 점점 더 인정되고 있다. 그는 스승 에두아르 샤반과의 만남을 계기로 다가간 프랑스 중 국학의 전통 속에서 중국에 대한 탐구를 진행했고, 세 차례에 걸친 고고학 탐사 활동의 결과 를 폭넓게 인정받았으며, 중국 조각사에 관한 중요한 저술을 통해 이를 완결하려 애썼다. 그는 살아생전에 많은 작품을 출판하지 못했으나 지난 세기 동안 그의 유고가 속속 간행되고 『전집』으로 종합됨에 따라, 시와 소설만이 아니라 탐사 활동의 현장 기록들과 그 보고서 등이 그 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서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 논문은 세갈렌의 중국학자로서의 학식과 시인으로서의 추구가 분리되지 않고 그의 독 특하고 창의적인 중국에 대한 이해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그 구체적인 양상들을 검 토해 보고자 했다. 시집 비에는 세갈렌의 1차 탐사 및 그 전후의 중국 체류와 독서 경험이 많이 드러나 있다. 중국의 자연은 때때로 산과 고원의 모습 그 자체로 그려지지만, 이내 역사 화되고 문화화된 공간으로 변모한다. 황제의 능묘는 그 대표적인 모델로서 죽은 자가 머무는 중심 공간의 가치를 띠며, 무덤 앞의 ‘영혼의 길’은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보다 더 본질적인 장소는 기호와 실재가 어긋나지 않고 합일되는 ‘영혼의 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의 진정한 장소는 부정된다. 세계와 공간의 중심은 그 이름을 숨기고 존재하지 않는 허구이다. 2차 탐사와 그 후의 여러 텍스트들을 통해서 그러한 중국적 자연, 공간에 잠재했던 질서가 미묘한 변화를 겪고 완성된다는 점이 감지된다. 중심에 위치한 무덤은 허무한 중심으로 머무 는 것이 아니라,  『중국, 위대한 조상예술』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거대한 제국의 여러 동심원을 포괄하면서 그 질서에 이유를 제공해 주는 유의미한 역할을 한다. 중심은 또한 그 자체로만 끝나지 않을 의무를 띈 것이어서 더 높은 것과의 합치라는 테마를 도입한다. 새로운 시편 속 에서 단초를 보이는 높이의 추구는 시집 『티벳』으로 귀결된다.  『중국, 위대한 조상예술』에서 세갈렌은 낙산의 거대한 불상을 재평가하면서 서쪽을 향해 아미산과 티벳을 바라본다고 썼는 데, 그가 아미산을 EFEO 표기에 따라 Omei로 적지 않고 Omi라고 적었던 것은 일종의 발화 실수적 현상으로서, 초기 중국 여행에서 귀담아 들었던 염불 “아미타불”의 여운이 여러 해기 지난 다음 아미산 Omi과 티벳 Tobod을 연쇄하는 상상력으로 발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세갈렌은 중국의 제국문화를 기초로 중국문명을 해부하고 경험했던 학자-시인으로서, 그 의 중국 이해는 20세기 중국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중 심과 주변에 대한 그의 관점은 다시 한 번 오늘날 값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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