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선물교환에 관한 이론적 연구이다. 선물교환은 시장경제가 시작된 후 그 의미가 많이 축소되고 퇴색되었지만 ‘수수(授受)하는 인간’이라는 인간사회의 본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마르셀 모스가 「증여론」을 통해 던진 문제의식은 단순사회의 선물교환을 통해 역설적으로 현대의 시장적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시도한 것이었다. 본고는 모스의 문제의식을 연장하면서, 그러나 보다 분석적이고 정치경제학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선물교환의 함의들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본고는 증답경제에서의 선물수수를 해석함으로써 현대의 시장질서와 대비하여 사회적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추적해 본다. 본고는 증답경제의 일반적 특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사회적 관계의 경제적 함의, 물질적 집단주의와 개인적 지위게임의 논리, 교환의 구분되는 영역, 상품과 선물의 비교, 선물의 법-계약적 함의 등의 이슈들에 대해 논의한다. 단순사회의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귀중품 교환의 궁극적 의미(선물의 혼, hau)는 사회적 정체성의 교환과 사회적 관계의 확장이라는 해석이 제시된다. 화폐와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 경제에서 불가피하게 이러한 선물의 의미와 더불어 사회적 관계의 성격 또한 변하게 된다는 점을 논의한다. 단순사회에 관한 다양한 인류학적 연구들을 통해 사회적 관계의 포괄적인 중요성과 함의를 검토하면서 동시에 이들 일차적 자료들에 대한 보다 분석적인 해석틀로서 ‘관계자본’의 개념이 소개되고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보다 일반적인 성속(聖俗)구분의 측면에서 선물교환의 의미를 해석하는 이론틀을 제시하는 것으로써 본고를 마감한다.